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론. 예전 글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엄청난 독서를 바탕으로 왕성한 저술 활동을 해오고 있는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 그는 이 책에서 독서를 거의 삶의 전부로 여기다시피 살아온 자신의 독서관과 독서법, 그리고 고양이 빌딩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작업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그의 놀라운 독서량에 놀라고, 그 관심사의 폭넓음에 놀라며, 그가 갖고 있는 독서에 대한 열정에 감탄하게 된다.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상상했던 것 이상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고양이 빌딩 작업실에는 대략 3만권의 책이 있다고 한다. 그게 90년대 중반의 자료니까 지금은 훨씬 더 늘어났을 것이다. 이 정도면 아마도 개인이 보유한 장서로는 거의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다. 몇 천, 몇 만권씩의 책을 갖고 있는 수집가들이 대부분 읽지도 않은 책 (사실 읽기도 어렵다.)을 그냥 순전히 '수집' 차원에서 갖고 있는데 비해 다치바나 다카시는 자료 수집을 위해 실용적인 목적으로 책을 사 모았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조금씩이라도 들춰보았을 것이다. 평소에 책 깨나 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 앞에서는 모두 혀를 내두를 판이다.







고양이 빌딩


그는 이런 독서에 대한 자신의 열정이 자신의 공부에 대한 욕구, 지적 호기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지적 욕구는 자신에게서 좀 더 강하게 드러날 뿐 식욕, 성욕처럼 인간에게는 누구나 내재해 있는 근원적 욕망 중 하나라고 말한다. 비정상적인 이상 성욕자처럼 자신이 필요 이상으로 지적 욕구가 강한 이상 지적 욕구자라는 것이다. "왜 그토록 알고 싶어하죠?"라고 묻는다면 특별한 이유가 없단다. "그저 알고 싶기 때문에..."가 그에게서 나오는 대답이다." 거 참... "왜 사냐건 웃지요."처럼 허무한 대답이다.


저자의 독서량과 그 폭넓음은 4장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독서 잡지와 저자의 대담 형식으로 꾸며져 있는데, 세상에나... 그 많은 인물의 이름과 서명이 한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다니... 그 양도 양이려거니와 그걸 줄줄 읊어대는 기억력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독서법에 대한 것 중에서 인상적인 것 하나를 소개하자면 음악적 책 읽기와 회화적 책 읽기에 관한 것이다. 음악적 책 읽기는 시간 예술인 음악처럼 연속적으로 문자 신호를 따라감으로써 의미를 파악하게 되는 책 읽기이고 회화적 책 읽기는 신호를 연속적으로 쫓을 필요 없이 공간 예술인 회화처럼 전체상을 먼저 파악한 후 세부적으로 조금씩 따라가는 독서 방법이다. 회화적 책 읽기에서는 세부 부분이 전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세부 부분에 바짝 다가가 관찰해 봐야 한다. 회화적 책 읽기의 본질은 전체상을 항상 눈여겨 보면서 독서의 깊이, 템포를 자유자재로 바꿔 가는 점에 있다.


음악적 책 읽기에 알맞은 책 (회화적 책 읽기가 맞지 않는 책, 이를테면 소설)을 제외하고는 회화적 책 읽기에 독서의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 작가의 생각의 요지다.

"전체적으로 회화적 책 읽기, 부분적으로 음악적 책 읽기'의 틀을 확립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정보 과잉의 시대에서 보다 정보를 빠르게 보다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인간을 정보를 두뇌 속에 입력하고 그것을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데 이용하고 그렇게 해서 가공된 정보를 다른 사람과 자신을 위해 출력해 내는 '정보신진대사체'로 볼 때 회화적 책 읽기는 재빠른 정보 선별, 섭취 기술에 다름 아니다. '전부, 처음부터, 차분히 읽는' 방식은 절대로 시도할 필요가 없는 무모한 짓이다. 그런 무모한 방식으로 책을 읽으면 꼭 읽어야 할 책을 만나 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치게 될 것이다. 회화적 책 읽기의 버릇을 들이다 보면 전체를 하나하나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 의외로 적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꼭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정보 습득을 목적으로 한 책조차 정독을 하는 버릇이 있는 내게는 적절한 조언이 되는것 같다.




책에 소개된 저자의 14가지 독서법중 가슴에 와닿는 7개를 골라 봤다.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책이 많이 비싸졌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 값은 싼 편이다. 책 한 권에 들어있는 정보를 다른 방법을 통해 입수하려 한다면 그 몇 십 배, 몇 백 배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2. 하나의 테마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고 하지 말고, 반드시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관련서들을 읽고 나야 비로서 그 책의 장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또 이 과정을 통해 그 테마와 관련된 탄탄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3.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수준이 너무 낮은 책이든 너무 높은 책이든 그것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4.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꼭 메모를 하고 싶다면 책을 다 읽고 나서 메모를 위해 다시 한 번 읽는 편이 시간상 훨씬 경제적이다.


5.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때때로 본문 이상의 정보가 실려 있기도 하니까.


6.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활자로 된 것은 모두 그럴 듯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좋은 평가를 받은 책이라도 거짓이나 엉터리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7. 학교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사회인이 되어서 축적한 지식의 양과 질, 특히 2,30대의 지식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는 시간만은 꼭 만들어라.


특히 4번은 진짜 그래야 될 듯...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우선 뭔가 써놓고 보는 버릇 때문에 읽는 속도가 굉장히 느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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