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 생각들... 예전 글

수상자에 대한 축하와 그렇지 못한 후보들에 대한 위로를 똑같이 나눠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패자들의 불운함에 더 마음이 가고 안타까운게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마틴 스콜세지와 아네트 베닝... 노장 감독은 거듭된 아카데미와의 악연에, 여배우는 또 다른 여배우와의 기묘한 악연에 씁쓸함을 삼켜야 했습니다. 특히 마틴 스콜세지는 에비에이터를 제가 어떻게 봤느냐를 떠나서 너무나 안타깝네요. 그의 불운을 계속 보고 있자면 메이저리그의 커트 실링이 떠오릅니다. 그는 단순히 개인 스탯만 보면 사이영상을 몇번 수상하고도 남을만큼 대단한 몇 시즌을 보냈지만 아직까지 무관에 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무대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그나마 위안거리라도 확실히 있었죠. 분명히 그보다 뛰어난, 혹은 못했다고는 볼 수 없는 성적을 남긴 선수들이 당해에 분명히 존재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마티는... ㅠ.ㅠ 그의 소회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노미네이션 개수만 늘어갈수록 너무나 아쉽네요.



아카데미가 되도록이면 공정했으면, 그러니까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순전히 영화 자체, 배우 자체로만 수상자를 선정했으면 하는 생각이 매번 들면서도 올해 같은 경우에는 안 그랬으면 하는 이중적인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아카데미는 공정성을 저 위의 의미로 본다면 지금도 충분히 불공정하다는 소리를 들을만 합니다만...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다른 시상식, 영화제도 마찬가지고요.) 무슨 아카데미는 쓰레기 영화제고 아카데미 회원들은 전부 멍텅구리 늙다리들로만 구성돼있다는 독설을 퍼부은 것도 아닌 이상... 예전에 홀대한 것을 +로 저장해놨다가 지금 모자란 부분에 좀 보태주면 안되나...



아, 제가 위에 저렇게 말했다고 해서 에비에이터가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 확실히 떨어지는 작품이고 이번 아카데미가 절대적으로 공정했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아직 보지 못했거든요. 설사 봤다고 해도 제가 어떻게 판단을 내릴 능력도, 입장도 안되구요. 어쨌든 요는... 마티가 불쌍하다는 소리입니다. 다음에는 안스러운 모습 안 보였으면 합니다. 경력과는 다르게 아직 나이가 한창(42년생)이기 때문에 앞으로 기회는 몇번 더 오리라 생각합니다.



근데 모건 프리먼이나 힐러리 스웽크를 보니까 배우의 연기가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확실히 작품을 잘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봅니다. 보통 안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에서는 그 배우의 연기까지 같이 폄하되는 경우가 많은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배우의 연기가 그나마 영화를 수렁에서 건졌다'는 수준의 연기를 펼쳤더라도 말이죠. 힐러리 스웽크의 경우에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 이후 통 존재감이 없다가 이번에 또 한건 터뜨렸지 않습니까... 배우의 연기력이 작품에 따라 들쭉날쭉하지는 않을테고... 근데 또 작품을 잘 만난다는 소리는 그 배우의 역량을 펼쳐보일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는다는 소리가 될테고... 근데 이게 뭔 소리람 @.@ 갑자기 횡설수설하고 있습니다. -.-;;;




결국 이번 아카데미의 전체적인 결과는 영화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됐네요. 최종 예상들을 보면 영화 전문가들은 밀리언: 에비에이터=2:1~3:1의 비율로 작품상, 감독상 두 부문에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수상을 점쳤습니다. 배당업체의 배당률은 에비에이터의 근소 우세, 그리고 각종 통계치들은 에비에이터의 우세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역시 영화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그들의 정보력과 냄새맡는 능력은 인정해 줄만 한것 같습니다.



작품, 감독과는 다르게 남녀 주조연, 각본, 각색상 등 나머지 주요 6개 부문은 모든 그룹들의 예상이 일치했고 결과는 그대로 됐습니다. 올해도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11개 부문을 싹쓸이했던 작년 못지 않게 지루했던 시상식으로 남을 것 같네요. 일반적인 예측을 빗나간게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요. 에비에이터가 주요 부분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기술 부문을 석권할 거라는건 예상됐고, 인크레더블이 애니메이션을 차지할 거란것 역시 의짐의 여지가 없었고, 외국어 영화상 역시 The Sea Inside 쪽으로 많이 기울었었으며, 주요 8개 부문은 더 말씀드릴 필요 없겠죠?



결과만 놓고 보자면 뻔히 보이는 결과를 놔두고 수상자를 점친답시고 괜히 머리만 혹사시킨 격이 됐습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말이죠.



A: 야, 작품상하고 감독상 둘 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가져갈 것 같은데? 크리틱들이 예상해 놓은 거 보니까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에비에이터보다 2배 이상 많더라고...

B: 걔들이 뭐 알기는 하겠냐? 모든건 통계가 말해주는 거야... 지금껏 밀리언이 탄게 뭐가 있는데? 딸랑 DGA 하나 가져갔단 말이야. 지금까지 그렇게 트로피를 적게 가져가고도 아카데미 작품상을 탄 경우는 없다고 하거든... 반면 에비에이터가 뭔 영화냐? 11개나 후보에 오른 영화지. 제일 많이 노미네이트됐거덩. 지난 20년간 최다 노미네이션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게 모두 18번... 무려 90%의 확률이란다. 그것 뿐이면 말도 안해요. 90년 이후에 PGA와 최다 노미네이션을 동시에 가져가면 어김없이 그 영화는 작품상 트로피까지 가져갔다고 하더라. 모든게 에비에이터의 수상을 가리키고 있다고 할 수 있지. 더군다나 아카데미 작품상은 골든 글로브 작품상 두 개중에 나오는게 보통이잖어.

A: 그런가? 참 아리송하네... 과거의 결과들은 에비에이터를 지지하고 있는데 분위기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쪽이다라... 근데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수상을 점치는 쪽에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배우들에게 굉장히 인기있는 감독겸 배우라는 점 때문에 유리할 거라고 하던데? 아카데미 회원중에 배우가 좀 많냐? 다섯명 중에 한명은 배우라고 하던데... 그건 맞는 소리같어...

B: 그럼 작년은 어떻게 된건데? 미스틱 리버는 왜 밀린거냐?

A: 야, 야! 상대를 봐라. 상대를... 작년에 뭔 영화가 버티고 있었는지... 올해 다섯 작품 다 작년에 갖다 붙혀봐라? 반지의 제왕의 강펀치에 나가 떨어지지 않을 영화가 있는지.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A: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올해 SAG(배우조합상)에서 사이드웨이가 작품상격인 앙상블을 가져간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B: SAG와 아카데미를 같이 보면 안되지... SAG에서 사이드웨이에 표를 줬던 배우들이 아카데미에서도 사이드웨이에 표를 줄것 같냐? 절대 아니라고 봐... 나는 그 사람들이 처음부터 시상식 자체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생각해. SAG는 사이드웨이같이 작은 영화에 상을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시상식인 반면에 아카데미는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가지고 들어간다고 봐... 그래서 사이드웨이에 표를 줬던 배우들도 아카데미 투표 용지를 보면 일단은 사이드웨이는 눈밖으로 제쳐 놓고 밀리언 달러 베이비와 에비에이터에만 집중하게 되는거지. 더구나 SAG의 연령별 구성을 보면 모르긴 해도 아카데미보다 젊을걸?

A: 오~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더니 많이 늘었는데? ㅎㅎ 근데 말이야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는 자기들이 개발한 작품상 예측 공식을 적용한 결과, 에비에이터가 수상하지 못하면 그건 타이타닉과 왕의 귀환이 실패한 것에 못지 않은 놀라운 사건이 될거라고 했더라구. 여러가지 팩터를 공식에 넣었다고 하던데 그 공식이 지난 20년중 19번을 맞췄대...

B: 뭐 영화는 스포츠가 아니니까 숫자대로 딱 맞아떨어질 수는 없겠지? 아마 예측이 틀리면 월 스트리트 저널이 망신 좀 당할 것 같은데...

A: 사실 작품만 보면 에비에이터는 가슴을 울리는 뭔가가 좀 부족한 것 같긴 해... 아카데미가 그런 거 좋아하잖냐? 뭔가 좀... 그... 움직이게 하는 거... 머리보다는 가슴을 움직이는 거... 공감하지 못하면 빠져들기 힘들겠더라.

B: 근데 공감하는 거하고 빠져드는 거하고 결국 같은 말 아닌감? 공감하지 못하면 빠져들지 못하고 공감하면 빠져들 수 있는게 당연한 거 아녀?

A: 어이, 지금 따지는겨? 찰떡같이 말하면 쑥떡같이 알아 먹어야지~ 포인트는 지금 그게 아니잖어!



결국 이렇게 쓸데없는 머리만 굴린 사람들이 불쌍하게 된거죠.^^ 앞으로는 머리 굴리지 말고 제일 많이 나오는 예상대로 생각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오스카가 이변을 허용치는 않을거라는 믿음을 굳게 가지면서...





시상식을 보면서, 혹은 보고 난 후 한 짧은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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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록은 별로더군요. 우선 목소리 톤이 너무 높아서 싫고 계속 말만 따발총처럼 해대는데 어찌나 지루하던지... 뭔소린지 알아 먹기라도 하면 미국 사람들처럼 웃기라도 할텐데... 한 박자 늦는 자막 보면서 형광등 되기도 싫구요. 더군다나 자막이 원어의 유머러스한 느낌을 전달해 주지도 못하죠. 써놓고 보니 크리스 록이 별로라기 보다는 그의 진행 스타일이 저에게는 안 맞는다는 소리가 되벼렸네요. 결국 그게 그 소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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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의 오프닝이나 잭 블랙/웰 페렐의 '지루해 송' 같이 정신없이 웃게 해주는 부분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나마 에드나 모드가 나왔을때 기대했는데 통역사의 목소리가 브래드 버드의 목소리를 덮어버리는 통에 정신없기만 하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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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2의 '반지 4편이 없어서 천만다행이다.'는 소감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들도 운이 좋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는 했을 겁니다. 반지는 시리즈가 계속되는 한 다른 건 몰라도 시각효과만큼은 계속 가져갈 것 같은 기세를 보였었으니까요... 시각효과는 어떤 후보가 오르든 언제나 기대되는 부문입니다. 과연 올해는 어떤 영화들이 후보에 오를지... 에피소드 3?, 우주 전쟁? 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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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을 시상하러 나온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더스틴 호프만 콤비를 보니 Fockers를 보고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들더군요. 미국에서 그렇게 흥행한 비결은 과연 뭐였는지 수치가 아닌, 눈으로 빨리 확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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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졸이며 본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상식을 지켜 볼 수 있었습니다. 작년은 반지의 석권을 누구도 의심치 않았는데 왜 그랬냐구요? 글쎄 뭐... 팬의 마음이 그런게 아니잖아요... 아무리 확실해 보여도 불안한 마음이 드는건... 10개를 수상하고 스윕이 확실해 보이는 순간에도, 스필버그가 봉투를 뜯기 전에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던지요? ^^ 그만큼은 아니지만 올해도 일순간 긴장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각본상 부문이었습니다. 다행이 찰리 카우프먼이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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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폭스가 자신의 할머니에 대해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은 오늘 시상식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었습니다. "할머니 오늘 꿈나라에서 해야 될 얘기가 많을 것 같아요. 흑~ " ㅠ.ㅠ 배우라는 직업상, 많은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제이미 폭스도 LA의 한 코미디 클럽에서 시작해 지금의 위치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더군요. 비록 지금의 자리에서 보면 보잘것 없어 보이는 위치에서 시작했지만 꿈을 잃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전진해 꿈을 이룬다는 것... 제이미 폭스의 그런 인생 역정이 시사해 주는 바가 많다는 이무영씨의 멘트에 여러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불행해 지는 이유가, 한없이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바라기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닌지...처음부터 너무 높은 곳에서 시작하려고 하기 때문은 아닌지...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아니라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면 그런 일이 없을텐데요... 한계단 한계단 밟아가는 기쁨을 소중히 여긴다는거,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어느 자기계발서나 들춰봐도 볼 수 있는 말들이지만 맨날 까먹으니 문제죠. '日新又日新'의 의미를 더 가슴에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진짜 하고 싶은 소리는, 이터널 선샤인이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찰리 카우프만의 첫번째 오스카 수상을 정말 축하하고(케이트 윈슬렛이 무척이나 좋아하더군요. ^^) 이걸로 탄력을 받아 되도록이면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네요.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하면 꽤나 홍보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덧글

  • 마스터 2005/02/28 23:56 # 답글

    경력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마티에 대한 안타까움에는 못 미치겠지만 오늘 에이비에이터를 보고 왔더니 레오에 대한 아쉬움도 커지는군요..^^
    (지지하는 건 또 제이미 폭스였습니다만.. 레이를 하도 재미있게 봐서..^^; 수상 결과 모른채로 오늘 영화보러 나섰거든요.)

    모건 프리먼 수상결과까지만 보고.. 남자 주조연이 모두 흑인한테 갈리 없으니 레오가 유리해졌다는 얘기까지 보고 나갔는데 막상 이렇게 됐으니.. 이젠 '레오의 저주'라는 것도 오스카 징크스 중에 하나가 되지 않을지..OTL 타이타닉 때부터 영화가 아무리 성공해도 본인만 상을 놓치고 있으니까요;
  • 반딧불이 2005/03/03 10:43 # 답글

    아직 뭐, 레오에게는 수십년의 기회가 있으니까요.. 에비에이터로 연기를 인정받았다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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